단양 280랠리 꼴등 완주자 입니다.
워낙에 남 앞에 나서기를 주저하는 성격이라 이런글은 처음 올립니다(표현이 어색해도 이해해 주세요.)
우선 일산 아름다운자전거 소속 교쥬 김성룡님(585번)의 안타까운 사연에 아이디어 하나 제공하고자 합니다.
대회코스 메뉴의 ★★★필독!! 코스진행및 체크포인트 유의사항★★★ 에 아래와 같이 명시되어 있습니다.
"(펀칭과) 위에서 설명드린 사진촬영 이외에는 인정을 해드리지 못하는 점 유념하시어 진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이에 대해서 여러분들이 CP사전알림 표시로 현수막 또는 헬륨풍선 등등 많은 아이디어를 제공해 주셨는데..
저는 CP기준 일정한 거리(100m 또는 200m 등) 이전 그리고 이후에 CP사전 또는 사후 알림표시로 280리본을
하나의 나무가지에 3~5개씩 달아놓는 것을 아이디어로 제시합니다.
현수막이나 헬륨풍선 보다 설치 용이성이나 비용 등등을 고려시 현실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CP 이전 또는 이후 위치에 280리본 3~5개를 뭉쳐서 설치하면 사전예고가 가능하고, 혹 실수로 지나치더라도
리본뭉치를 보는 순간 앗 놓쳤구나 하고 되돌아갈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듯 합니다.
CP위치가 업힐의 정상 부근, 끌바 또는 멜바의 끝 지점으로 랠리본부에서 신경써서 설치하고 있지만..
저같은 경우는 이번 고개의 업힐이 얼마나 남았는지 모르고 진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전답사를 하게 되면
랠리참가를 포기할까봐 사전답도 못하고 있습니다. ㅠ.ㅠ)
그래서 정상을 얼마 안남겨두고 힘들어서 쉬기도 하고.. CP없이 내리막길이 시작되면 CP를 놓친것은 아닐까
불안해하며 내려가기도 합니다.
랠리꾼들이 좀더 편한 마음으로 랠리에 집중할 수 있도록 본부측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해주셨으면 합니다.
CP 설치시(대회 1~2일전??) CP 사전 또는 사후표시를 같이 설치하면 사전답사분들에게 CP가 사전에 노출되는
문제도 해결될 수 있을 것입니다.
참고로 저는 인천에 서식하는 40대 남성이며, 15년 문경랠리를 시작으로 문경/강릉/삼척랠리를 33시간대에
그리고 이번 단양랠리를 35시간 49분에 완주했습니다.
부끄럽습니다만.. 이 성적으로 벌써 4스타 입니다. 강릉 이외는 모두 무지원 참가중 입니다.
묘적령 싱글 통과시 사진찍어주시는 분(굼디님?)이 물장수 지나간다고 ㅠ.ㅠ
코로나 여파로 확찐자가 되어 전년도 대비 6kg의 체중증가에도 불구하고, 도로와 임도의 비중이 예년보다 높다는
자만에 빠져 준비없이 임한 올해 단양280에서 진정한 지옥을 맛보고 왔습니다.
약 2리터에 달하는 물통4개와 육포, 떡, 파워젤, 수리도구, 바람막이 등등을 핸들바백과 힙색에 짊어지고 낑낑대며
진행하는데..
싯포스트에 간이 안장백을 설치해서 가방을 싣고 가시는 분(이분은 임도에서 음식을 조리해서 드시는 듯, 졸음에
정신이 없어서 제대로 못본 것일수도 있어요), 샌들을 신고 묘적령을 통과하신 분(제 바로 뒤에서 하산하셨는데,
샌들 덕분에 안미끌린다고 하심), 남들이 버린 발열확인 손목밴드나 쓰레기를 주워가며 홀로 진행하신 여성분
(그러지 못한 저는 부끄러워서 이분의 얼굴을 감히 쳐다볼 수 없었습니다) 등등 많은 기인을 접한
단양280 이었습니다.
뭐가 그리 설렜는지 금요일 저녁 6시부터 11시까지 누워서 눈만 말똥말똥 하다가 전혀 잠을 못자고 자정쯤
출발해서 단양에 도착!! 토욜은 그늘진 날씨에 이래저래 진행하는데.. 갑자기 자전거가 묵직한 느낌이 납니다.
뒷바퀴에 바람이 빠지나 보다 걱정하면서 진행하는데 착한자전거를 만나서 게이지 있는 펌프로 뒷바퀴 바람을
넣는데 50PSI로 정상입니다. 오르막 도로길이 많아서 그렇게 느낀건가.. 하면서 진행합니다.
금요일에 잠을 전혀 자지 못한 여파가 일요일 새벽부터 나타납니다. 정신이 혼미해지고 잠이 쏟아지지만 시원한
새벽공기에 참을만 합니다. 하지만 해가 뜨기 시작하면서 맨정신에 갈 수가 없네요.. 마실물도 부족한데 물을
머리에 조금씩 부어가며 정신을 다잡습니다.
좀더 가다가 커플 두분이 진행하시길래 이 시간이면 완주 될까요?? 물어보니 "사전답사 안하셨어요?? 이 시간이면
충분해요" 하십니다. 그 말에 힘을 내어 좀더 달려보는데.. 도저히 쏟아지는 잠을 이길수가 없습니다. 열사병인지
졸음인지 분간이 안됩니다.
이렇게 쓰러지는 걸까? 그렇다고 지금 쉬면 시간내 완주가 어려울텐데.. 아니야.. 어짜피 자전거 상태가 안좋아서
평지에서 속도도 안나오고 이젠 포기할 때가 된거야.. 이정도면 수고했어.. 하는 생각에 모든걸 포기하고
오르막길이 아닌 내리막길(랠리 탈출 루트로 생각)을 선택하고 좀 내려가다가 임도의 그늘에서 뻗었습니다.
얼마나 쉬었을까?? 지나가는 어느분이 이 길이 맞냐고 물으시네요.. 길가에서 잠자는 저에게 길을 물어보다니..
어지간히 급했던가 봅니다.
정신이 혼미했던 저는 "죄송해요.. 잘 모르겠는데 맞는거 같아요.." 하고 횡설수설을 했습니다.
멍하니 앉아있는데 지원조 SUV차량이 지나가길래 저기에 잔차좀 싣고 신세좀 져야겠다 생각했는데.. 가까이 보니
트렁크에 짐이 많아서 포기..(지원조 차량이 임도까지 들어오기도 하는구나.. 부럽네.. 했습니다.)
그래도 산을 내려가야 집에가지.. 하면서 진행하는데 뒤에 따라오는 분이 있어서 지금까지 CP 몇번 찍으셨나
물어보니 13번이랍니다. 오잉??
정신이 없을때 랠리진행길이 아닌 포기하는 길(내리막길)을 선택했다고 생각했는데.. 그 길이 맞는 길이었네요..
갑자기 힘이 솟구칩니다. 14번 펀칭찍고.. 15번은 사진찍고.. 중간에 마스터 종주맨님도 만났습니다. 이 시간에
왜 이분이 왜 여기서 나와~~(노래가사).. 싶으면서도 지옥에서 부처님 만나는 느낌이랄까?
도로로 들어서는데 뒷바퀴 굴림성이 갈수록 떨어집니다.
내리막길에서 약간의 엔진브레이크가 잡히는 느낌이었는데 평지에서는 뒤에 한사람을 태우고 가는 느낌입니다.
마지막 도로 7km가 아주 피말리는 구간이었습니다.
정말 제가 정신이 없었던가 봅니다. 공설운동장 도착해서 처음 배번 나눠주는쪽으로 가서 완주확인 어디서 하냐고
여기저기 묻고 다녔네요.. ^^;
평강문을 지나서 김현님을 뵙고 완주 확인하고.. 뒷바퀴 허브베어링이 나갔는지 구름성이 좋지 못해서 완주
못하는줄 알았다고 말씀드리니.. "자전거 바꾸실때가 되었네요" 하십니다.
CELLO XC-50.. 문경부터 이번 단양까지 6번 수고했으니 이젠 놔줘야 할까요??
예년대비 무척이나 힘들었던 단양280랠리.. 그런데 완주증이 떨어져서 나중에 우편으로 보내주신다고요??
헐.. 결국 이번 단양280랠리는 운동부족에 따른 체중증가, 정비소홀 등 총체적 난국에 그나마 행운이 따라준
결과였네요.. 제가 너무 힘들었기에 완주율이 높을거라고는 생각을 전혀 못했습니다.
꼴등으로 완주한 기념으로 글 올립니다.
PS 1. 쓰레기 수거하면서 진행하시던 여성라이더분 존경합니다.
PS 2. 흙기사님 말씀(280랠리 회장님... 원칙이라 안된다고 말하고... 그냥 꼭 안아주시지... ㅜ.ㅜ).. 볼수록
명언입니다.
PS 3. 덕이짱님.. 죄송하지만.. 시간내 완주자 꼴지는 제가 대신했습니다. ^^;
PS 4. 내년부터는 지원 없으면 랠리참가 못할수도.. ^^;
PS 5. 후기란에 글이 올라가지 않아서 자유게시판에 올립니다. 관리자분께서 후기란으로 옮겨주시면 좋겠습니다.
PS 6. 멋진행사 진행해주신 랠리 관계자분들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 게시물은 280랠리님에 의해 2020-06-30 16:06:52 자유게시판에서 이동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