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1997년에 산악자전거를 포항에서 처음 접했습니다. 2000년엔가는 동두천, 인제 대회 등에 참가해서 아마추어 포디움에도 올랐습니다. 직장생활에 치어 접었다가 3년전에 복귀했습니다. 그리고, 저를 다시 예전의 저로 만들기 위해, 작년부터 대회 참가해보고, 올해 280 랠리에 처음 참가했습니다.
첫 참가 후기이자, 솔직한 심정입니다. 격한 표현도 있으니, 양해를 구합니다.
280랠리가 악명높은 건 들은 바가 있지만, 첫 참가이고, 하프는 시간이 빡빡해서, 정말 힘들더군요.
하프의 취지는 "체험"이라고 들었는데, "힘들어 죽겠지? ㅋㅋㅋ" 이런 느낌.
싱글이라고 표기된 구간은 자전거 타는게 거의 불가능하고,
길 안내는 사전 숙지가 없으면, 헤매기 일쑤이고...
1. 덕천리 임도 내려와서, 갈림길은 전반부 진행과 후반부 진행이 겹치는 Y자 삼거리인데, 양쪽 길에 모두 <-> 이런 화살표가 두 개 그려져 있었습니다. 배터리 오래 가는 네비 장치의 필요성을 절감했습니다.
2. 칠량면 칠량천 따라 내려가야 가우도 출렁다리 가는 도로를 만나는데, 칠량천 따라 내려가는 방향에 대한 화살표가 없어, 보건지소쪽으로 쭉 나가니, 시계 네비 상의 경로에서 제가 붕 떠있더군요. 이 때부터 열받기 시작.
3. 가우도 지나는 게, 지도상에는 직선으로 되어있는데, 가보니, 가우도 양쪽으로 둥글게 지나가게 되어있더라고요. 지도랑 섬 안내도랑 비교하면서, 수 분 지체. 따라온 사람들도 어디로 가야 하냐고 물어보고..
4. 주작산 들어가서도 길을 잃기를 수차례... 욕 나옵니다.
5. 주작산 싱글... 저를 포함, 앞뒤 사람들 모두 쌍욕을 해댑니다. 도가 지나칩니다. 주최측은 자전거 메고 이 길 지나가보셨는지, 심히 의심스럽습니다.
6. 서기산 싱글... 봉우리가 뾰족한 산에 누가 자전거를 끌고 갑니까? 주최측은 자전거 끌고 가봤어요? 정상은 바위 투성이이고, 내려가는 길이 안 보여서, 설마 하고 바위 위로 올라가니, 그 아래에 내려가는 길 나오고.. 당연히 욕이 쉬지 않고 나옵니다.
7. 서기산 싱글에 6시쯤 올라갔는데, 밤 10시에 탈출했습니다. 그리고, 서기산에서 만난 울산 분은 이 이후로 못 봤습니다. 내려와서 잠시 쉬고, 만덕산에 오르는데, 체크포인트 9번 지나고, 길 잃었습니다. 밧줄 붙잡고 묘지 올라갔다가 길 없어서 다시 내려오다가 고글 분실하고... 제 Dropper Post 고장나서, 저는 여기서 포기했습니다. 길도 안보이고, 자전거도 고장나고...
하프가 이 정도인데, 풀로 타신 분들은 얼마나 고생이 많으셨을까요...
싱글은 전부 험한 등산로이고, 길 안내는 결정적인 곳에서 명확하지 않았습니다.
이 코스 누가 결정하셨는지 모르겠는데, 정말 자전거 끌고 36시간 동안 타보셨습니까?
사전 시뮬레이션 (그냥 지도만 보고, 걸어다니는게 아니라, 선수 입장에서 자전거 끌고 진짜 경기처럼 타보는 거) 도 없이, 이런 큰 대회가 열린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사전 시뮬레이션 했으면, 코스가 달랐을 겁니다.
하프 완주자는 공식적으로 없습니다. 이게 뭘 의미하는지, 280랠리 운영진은 좀더 심각하게 접근하기를 건의드립니다. 참가비 올려도 됩니다. 참가비가 대수입니까? 참가비 올려서 안내표지 대폭 보강하기를 건의드립니다. 양쪽 화살표 "<->"는 대체 누가 그린 겁니까??? 나무에 묶어놓은 흰 띠는 밤에는 잘 보이지도 않습니다.
280 랠리 도전과 완주는 인간의 한계를 이겨내는 것이므로, 위대하고 숭고합니다. 그러나, 이런 식은 아닙니다. 운영 자체는 깔끔하고 세련되어야 합니다.
첫 출전에 280랠리 운영 수준에 크게 실망해고, 완주도 못했고, 엉망진창입니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완주하신 200여분께 경의를 표합니다.
내년 대회에도 참가할 겁니다. 그래서, 발견되는 문제점들을 또 이렇게 적을 겁니다. 280 랠리는 어느 지역 MTB 클럽의 행사가 아닙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대회로서, 다른 나라에 자랑할만한 대회로 성장하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