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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회 280랠리 마감!
접수기간 : 2024. 5. 2 ~ 5. 25
대회기간 : 2024. 6. 29 ~ 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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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9-07-16 11:39
인복이 많았던 삼척 280랠리 후기 - 5/3
 글쓴이 : 글따라
조회 : 5,693  

  100키로가 길기는 길다. 이리 돌고 저리 돌고 오르고 내리고를 몇 번이나 했는데,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어느 순간 현식이는 앞으로 치고 나가 보이지 않고 준용이 형님하고 달리는데 주먹만한 크기의 돌이 보인다. 준용이 형님이 그대로 친다. 형님도 보셨을 터인데 지쳐서 핸들을 못 꺾은 것이다. 그대로 두 바퀴를 뱅글 도신다. 깜짝 놀라 부축해드리는데, 괜찮다고 말씀하신다. 나도 박히지 않고 구르는 것을 보았기에 그나마 다행이다, 생각했지만, 어떤 부상이 있을지 누가 알겠는가! 다행이 툭툭 털고 일어나시며 정말 괜찮다,”며 오히려 나를 위로하신다. , 다행이다. 결승선을 눈 앞에 두고 부상을 입으면 그보다 억울한 노릇도 없거니와 그 후유증도 만만치 않다. 그렇게 또 하염없이 달리다 보니 얼마 전에 만났다, 헤어진 불곰 님 일행 세 명이 앞에 있다. 그 중에 불편한 분이 있어 기면이 형님 바로 뒤에 붙어 슬쩍 지나친 후 바로 앞에 가던 강욱이를 만났다. 강욱 왈, “형님 불편하시죠, 먼저 가세요.” 인간관계란 게 풀 때 풀어야 하는데, 한 번 더 꼬이면 그 매듭은 한 없이 복잡해지고 단단해진다. 그런데 내가 빠지면 나머지 일행이 모두 함께할 수 있을 듯하다. 마음껏 달리지 못해 답답하기도 했기에, 강욱이 말에 힘입어 앞서 나가기 시작한다. 강욱이 말 한 마디에 합류했다, 강욱이 말 한 마디에 해방된 것이다.

백인백색이라! 사람마다 개성이 다르다는 뜻인데, 보통 대회는 워밍업을 통해 몸을 달군 후, 시합 초반부터 최선을 다해 막바지엔 젖 먹던 힘까지 끌어내 소진하지만, 장거리 랠리는 초반에 피로가 누적되면 풀 방법이 없다. 그래서 280은 호흡이 거칠어지지 않을 정도로 꾸준히 달려주는 게 요령인데 그러다 보면 막바지에 힘이 남는 경우가 있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우리는 모든 걸 다 주고 싶어 한다. 그래야 훌륭한 2세를 남길 수 있으니까.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과 정사를 할 때면 몸 안에 있는 마지막 정자 한 마리까지 모두 쏟아내기 위해 모든 힘을 한 끝에 모으려고 격렬한 몸짓을 한다. 그런 안타까운 몸짓이 있기에 최대로 긴장한 정자가 일시에 터져나가고 모든 걸 쏟은 연인은 거친 숨을 한없이 고른 후 허탈하면서도 편안한 나락으로 빠져드는 것이다. 랠리 마지막에서도 힘이 남아있으면 왠지 불쾌하다. 최선을 다하지 못한 자책일 것이다.

이제부턴 내 체력에 따라 달리면 되었다. 여기도 그렇게 어려운 길은 없었지만, 길게 이어지는 길이 지루하기만 하다. 지루함이란 280의 대명사니 그러려니해야겠지만. 그 지루한 길에 한 무리가 앞서간다. 뒤따라가는데 아주 특이한 체형이 보인다. 뒷모습만 보면 임청하나 이선희의 모습이 연상되는, 전형적인 여자 체형인데 분명 남자다. 페달링도 아주 가볍고 부드럽다. 오늘쪽 종지뼈를 조금 밖으로 비틀어 타는 건 힘을 더 모으려는 목적인 듯하다. 그렇게 일행이 함께 움직이는데 업힐 구간이 나오면서 차이가 난다. 역시 그 라이더 홀로 쭉 빠져나간다. 드디어 임도 오른 쪽에 이기령 싱글길이 나타난다. 이제, 대충 끝난 건가! 초반 싱글은 제법 가파른 계단이다. 탈까, 말까, 고민이다. 이런 고민은 무조건 내린다는 뜻이다. 생각이 없어야 실행이 되는 법. 그냥 끌고 내려간 후 탈만해 타고 내려간다. 조금 더 가니 어느 산사의 길목을 연상시키는 소나무 숲이 나오는데 자연적인 길에 인공적으로 자전거 길을 가미한 코스가 나온다. 여기서 다시 그 라이더를 만나게 되어 내가 먼저 말을 붙인다. “, 가볍게 잘 타시네요.” 인천에서 왔다는 그 라이더 별 말 없이 웃음으로 대답하는데, 임청하나 이선희와는 전혀 다른 상남자의 외모다. 둘이 싱글길을 함께 즐긴다. 제법 발딱 선 업힐이 나오는데 바로 앞에 거친 길이 조금 있다. 조금 전까지도 제법 험해서 거칠게 타고 왔던 터라 여기도 거칠게 탔더니 중심을 잃는다. 뒤에 있던 그 라이더 가볍게 시도한다. 전혀 서두르는 기색 없이 부드럽고 느긋하게 밟고 올라온다. 깨끗하다. 그러면서 한 수 가르쳐준다. “중심 이동만 하시면 됩니다.” 옳은 말씀. 감사합니다. 여기서부터 나도 힘을 뺀다. 싱글에서 힘을 주면 중심을 쉽게 잃기 때문에 가볍게 타는 게 지론이지만, 거칠 땐 조금 속도를 높여 험하게 타는 것도 한 방법이어서 그랬는데, 이제 힘을 빼는 게 좋을 듯하다. 조금 더 가니 작은 업힐이 나오고 가볍게 올라간다.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싱글 코스다. 마지막에 내리막이 나오는데, 거친 계단도 있고 그 옆에 앞서 간 라이더들이 낸 길이 보여 그 길을 타고 내려온다. 그럼 한 번 내리고 다 탔나? 나오니 거친 파쇄석이 깔린 넓은 임도가 나오는데 그 라이더가 안 보인다. 조금 기다렸다, 저 뒤에서 오는 걸 확인하고 내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