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이로써 서해 끝 서산에서 동해 끝 동해, 삼척까지 와서 참석한 280 삼척 라이딩을 마친다. 완주증을 찾고 사진도 찍으라는 집행진의
말이 들렸지만, 그런 것에 관심 없던 나는 일행이 있는 숙소로 방향을 잡는다. 이런 행위는 앞으로 고쳐야 할 것 같다. 노력에 대한 대가도 즐기고
주최측에서 정성껏 마련해 준 완주증도 찾고 무대에서 사진을 찍어 자랑도 해야겠다. 아무튼, 완주증은 나중에 들어온 팀원이 건네주어 현재 집에 잘 보관하고 있다. 차량에
오니 먼저 들어온 라이더들이 짐 정리를 하고 있다. 맥주 한 캔 마시면서 280 결과를 듣는다. 마운틴 이상호 형님이 첫번째 완주자라고 한다. 호, 대단하다. 그리고
레오, 슈렉, 행복(최용철), 현대(최근복) 네 라이더가 25시간 몇 분으로 나란히 들어왔고 레옹(최한엽)과 나기범 원장이 28시간대로 함께 들어왔고 마찬가지로 소주일병(최용산)이 28시간대로
들어왔다고 한다. 잔차 고장으로 고생한 노희성은 31시간대, 두 시간 알바한 태안에서 온 김낙인 교샘도 31시간대, 함께 알바한 손병표 형님은 33시간대라고 한다. 나에게 뒤 팀에 대해 묻는데, 내 판단엔 모두 완주 가능하다고 그런데 1,2,3번째 완주자들이 함께 나란히 들어왔단다. 아름답고 감동적인
말이었다. 280정신이 이런게 아닐까! 이제 숙소로 들어와
엉망진창인 몸을 씻는다. 흙투성이 몸을 따뜻한 물에 씻으니 그간의 피로가 싹 풀린다. 일행과 더불어 맥주 몇 캔을 마시는데 후미 팀이 들어온다. 서산 팀은
수야풍륜과 서산 엠티비 24명, 태안 초청팀 2명 중에 서산 팀은 24명 전원 완주하였고 태안에서 온 두 친구
중 김낙인 교장 선생님은 31시간대로 처녀 출전치곤 좋은 시간대에 완주하였고 조한표 사장은 타이어가
찢어지는 사고로 중도 포기하여, 일행 26명 중 25명이 완주하였다.
이제 저녁 먹고 서산으로 출발하면
되는데, 삼척에 있는 삼표 시멘트 상무로 있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맛 집을 물어본다. 예전 직원이 운영하는 식당이 있는데 잘 한다고 안내해준다. 그래서
찾아간 연안식당, 음식이 일품이다. 친구 덕분에 일행으로부터
좋은 집 소개받아 잘 먹었다는 칭찬을 들었다. 친구가 전화를 했는지 사장님이 찾아와 인사를 한다. 너무 잘 먹어서 언젠가 와 본 듯하다고 너스레를 떤다. 이제 다시
동해 끝 삼척에서 서해 끝 서산으로 향한다.
그 유명한 청옥, 두타산을 휘감고 돈 이번 삼척 코스는 280의 한 전형을 본 듯하다. 길고 긴 임도, 징그러울 정도로 길었던 다운, 아기자기한 싱글. 마지막 시내 시멘트 도로 코스를 제외하곤 코스를
세심하게 짠 흔적이 보인다. 어느 280인들 신경 쓰지 않는
코스가 있으랴만, 울산이나 강진 같은 경우, 비가 왔더라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코스가 많았다. 특히 울산 같은 경우 비가 왔더라면 건널 수 없는 계곡도 있었지만
이번 삼척은 7년 만에 비를 맞는 행운(?)의 280이었지만, 코스로 인한 위험은 없었다. 이제 280은 예전과 달리 지원조도 발달하고 위성 지도의 도움도
크고 참석자가 많아 코스 이탈의 위험이 줄어들었다. 그에 따라 완주율이 높아지는 추세지만, 그럼에도 이번 랠리의 완주율은 44%라고 한다. 주최측에서 완주율에 대한 고민도 깊어질 듯하고 향후 코스에선 싱글 비율이 높아지지 않을까 예측해보지만, 그 지방을 가장 잘 소개할 수 있는 코스로 일정을 짤 터이니 그 지역 지형에 달린 문제일 터이다.
많은 라이더가 지적했듯, 쓰레기 문제는 각자의 소양이라고 본다. 자연과 국토를 사랑해 이런 랠리에 참석했다면 그 정신에 맞게 행동해주길 바란다. 어차피 빨아야 할 옷, 그 옷에 내 쓰레기를 가지고 와서 호주머니를
비울 때, 또 다른 감회에 젖을 것이다. 어떤 기준이 있기에
그 기준을 맞추기 위해 열심히 달렸으니, 완주자는 완주해 축하드리고,
그 기준을 맞추지 못했어도 그만큼 열심히 달렸으니 그 또한 아름다운 승리다. 그분들께도
수고하셨단 말을 전한다. 모두 함께한 동료다. 집행진도 라이더도
지원조도 모두. 수고하셨고, 내년에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