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ome

제22회 280랠리 마감!
접수기간 : 2024. 5. 2 ~ 5. 25
대회기간 : 2024. 6. 29 ~ 6. 30
대회장소 :

· 공지사항
· 자유게시판
· 대회후기
· 질문과 답변
· 공동구매(New)

· 완주인증 게시판
· 역대 랠리 완주자
· 랠리 7스타 완주자
· 랠리 마스터 완주자

· 대회장 찾아오는길
· 대회코스정보
· 날씨정보
· 서약서 다운로드

· 운영진 게시판
· 280Rally Logo DownLoad

 

53
56
2,006
940,049

  현재접속자 : 59 (회원 0)
 
작성일 : 09-06-02 00:58
08년 280랠리 실패한 이야기(처녀 출전자들 참고하세요)
 글쓴이 : 왕프로
조회 : 6,603  
그때 전 토요일도 일하는 직장에 더녔습니다.  원칙적으로 랠리에 참여할수 없었죠
하지만 휴가를 내서 간신히 대회 참가를 결정했습니다.  늘 함께하던 동호회 회원 4명이 전투조를 이루고
2명의 회원이 감사하게도 지원을 자청해  우리 동호회는 6명의 참가자를 결성 조금은 피나는 훈련까지 하면서
준비를 했습니다.

금요일 회사에서 일하는 저에게  머리속은 온통 280랠리에 대한 생각뿐이었습니다.
드디어 퇴근시간이 됩니다.  사전에 약속한 장소로 자전거를 끌로 다립니다.  전투조 4명이 다 모였습니다.
지원조에 연락을 취합니다.  운전을 하시기로 한 분이 회사사정으로 바로 못 오고 늦게라도 합류한다고 합니다.
전투조는 제천에 가서 기다리기로 합니다.  고속도로를 신나게 달려 제천에 도착한 시간이 저녁 9시 경입니다.

차량에서 잔차를 내리고 라이트 점검하고 기름도 치고 그렇게 준비를 끝내고 나니 한 10시가 됐습니다.
그때 문득 든 생각이 '잠을 자야하는데' 였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편하게 누워서 잘 곳은 없습니다.
차에 들어가 억지로라도 자야하는데  좁은 차 안에서 쉽게 잠이 올리도 없고,  무슨 소풍가기 전 초딩의 마음처럼
들떠있어  잠자기는 애시당초 틀린것 같습니다.

지원조 차량에 텐트며 침구며 다 들어 있는데  우리 전투조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우린 모두가 잠자는 것을
포기하기로 하고 새벽 1시쯤 밥을 먹습니다. 작년에 주최측에서 제공하신 묵밥은 정말 좋았습니다.
물론,  한약으로 만든  대보탕도 좋았고요...

그렇게 기다리니 2시경 지원조가 도착합니다.  우린 바닥에 비닐을 깔고 침낭을 덮고 잠자려 합니다.
다리를 쭉펴고 누우니 조금 잘만 하더군요. 근데 잠좀 자려고 하니  방송으로 출전자들 모이랍니다.
그렇게 우린 한숨도 못 잔겁니다.  그리고 출발....  첫번째 강천사 정상에서 내려오는 싱글은 정말
우리에겐 조금 높은 난이도 였습니다.  2번을 구르고 넘어지고....  하여간 내려와 지원조가 저를 보고 한
한마디  왜?  애가 완전히 망신창이가 됐냐는 겁니다. 
그 고생을 하고 지원조를 만나니 편안해 지더군요  그래서 자리 잡고 앉아 느긋하게 수다도 떨고  배고 채우고
합니다.  그때 기남이길로 들어서는 다른 라이더들을 쳐다보며  왜 서두루는지 알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느긋하게 쉬다 다시 출발  기남이길로 들어선 우리에게 이건 완전히 다운힐러들이나 타는 코스가
떡허니 나타납니다.  입에서 욕이 나옵니다.  자전거를 타라고 하는건지 끌라고 하는건지....
그때까지 우리의 실력이 부족한 것을 절대로 인정하지 못했습니다. 

어디서부턴가 비가 옵니다.  "우아 시원하다"  그랬습니다.  처음엔 무지 시원했습니다.
그렇게 우린 샤방한 라이딩으로 백운면까지 옵니다.  비는 계속옵니다.  백운면에서 점심밥을 먹고
식당 화장실에서 샤워까지 했습니다.  그리고 옷도 갈아입었습니다. 
바지는 반쫄바지에 상의는 나시티셔츠, 그리고 그 위에 우의를 입었습니다.
나름대로  체온을 보호하기 위한 우의였습니다.  처음 한동안은 우의안이 땀과 빗물로 진득진득한 느낌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쉴세없이 내리는 빗물에 그것도 잠시뿐이더군요

백운면을 통과하여 어느 강변을 달리는데  뒤에오던 팀원하나의 휠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스포크가 부러져
나간겁니다.  어찌해야 하나....  한참을 고민하다 그분은 포기하기로 하고 나머지 인원들만 신나게 달립니다.
충주호 무슨 리조트앞을 지나 가는데  한 동료가 이런말을 합니다.  우리 너무 늦은것 아닌가?......
맞습니다.  무지 늦었습니다.  최소한 지금시간이면 천등산을 오르고 있어야 했는데.....

우리 휴식없이 달리기로 하고  그냥 앞만보고 내리 쏩니다.  거서부터 한참을 도로를 달렸습니다.
비가 오니 도로가 더 힘들더군요  시야가 가려 위험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도착한 인등산 입구입니다.  체크 포인트인데 사람이 안 보입니다.  한참을 서있는데
저쪽 차량에서 한 분이 수첩을 들고 내립니다.  그러더니 우리에게 인등산은 올라가면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러니 잘 생각하고 올라가라 합니다.  곧 어두어지는 것도 변수였습니다.

배도 고팠습니다.  지원조가 있었으면 했는데  중도 포기하신 분 챙기느라  지원을 받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우린 그냥 올라가기로 합니다.  인등산 임도 초입을 막 오르는데  위에서 몇분의 라이더들이 꺼꾸로
내려오십니다.  포기하신다는 말만 남기고 가 버리십니다.  그래도 우린 그냥 갑니다.

근데 인등산 참 이상한 산입니다.  무슨 산이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어야 하는데 
제 기억으로는 끝까지 다운이 없었던것으로 생각이 듭니다.  하여간 이상한 산이었습니다.

그렇게 오르고 오르니 이젠 앞도 잘 안 보입니다. 안개인지 구름인지가 찐하게 끼어서 한치앞도 보이지 않습니다.
라이트를 켜봐도 소용없습니다.  그냥 천천히 달립니다.

뒤에 동료들과 간격이 더 벌어집니다.  하지만 쉴수 없습니다.  그나마 패달질을 안 하면 추워서 견딜수가 없습니다.  뒤에 오는 동료에게 소리를 질러봅니다.  따라오는 느낌도 없습니다.  그냥 무서워집니다.
그래 조금 기다리다 같이 가자....  하는 생각으로 잔차에서 내려 땅바닥에 털썩 주저 앉았습니다.  추워서 그런지
자연스럽게 머리가 무릅과 무릅사이로 묻히더군요...  조금 따뜻한 느낌을 받습니다.  그렇게 앉아서 쉽니다.
....

....

잠시후 형님!!!  여기서 뭐해요....  하는소리에 고개를 들었습니다.  깜박 잠이 든 겁니다.
동료의 얼굴을 보니 무엇보다도 반가웠습니다.  그것도 잠시  강하게 몰려드는 추위에 제몸은 제것이 아닙니다.
온 몸이 사시나무 떨듯이 떨어데고  추위에 몸이 경직되다보니 허리와 무릅이 아파옵니다. 뒷목은 져려옵니다.

왜 이렇게 춥냐고 하니  동료는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우리 빨리 이산 빠져나가지 못하면 얼어 죽을 것 같다고요
정신이 바짝듭니다. '저 체온증이구나'''    이 생각이 미치자  우린 그냥 달립니다.  그래도 인등산의 임도는
끝이날줄 모릅니다.  그때  반대편 임도에 어떤 여자 라이더가 보입니다. "아!!!  사람이다!!!  저는 반가웠습니다.
긴 머리에 알록달록한 져지를 입은 한 여성이 우릴 쳐다 봅니다. 분명히 저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저는 이 지긋지긋한 산속에서 사람을 만났다는 반가움에 다리에 힘이 들어갑니다.  미친듯한 속도로 다다른
아까 그 여성이 서있어야 하는 지점엔 아무것도 없습니다.  뒤 따라온 동료는 왜 힘을 빼냐고 무안을 줍니다.

그래서 그 여자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러니 그 동료는 이렇게 이야기 하더군요...  미쳤다고...

우리가 얼마나 많을 시간을 이 속에서 보냈는데 우리 앞에 가는 팀이 아직도 있을 것 같냐?
혹시 귀신에 홀린건 아니냐?  등 등

전 미치고 환장합니다.  분명히 봤는데  저와 눈도 마주쳤는데  귀신이라고 하기엔 너무도 선명했습니다.
하지만 등골이 오싹해 지는 느낌은 어쩔수 없습니다.  우린 그 뒤로 아무말도 하지 않고 앞만보고 달립니다.

드디어 도로가 살짝 보입니다. 아니...  도로는 아니고 차 다니는 소리가 들립니다.  "다 왔다....
다 온것은 택도 없는 이야기 입니다.  그 지점이면 하프도 못 탄 거리입니다. ㅎㅎㅎㅎㅎ  하지만 그때
우린 280완주를 한 것 처럼 기뻤습니다.  이 지긋지긋한 산속에서 벗어난다는 생각에 그냥 기뼜습니다.

임도를 빠져나오니  지원조가 텐트까지 쳐놓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곧 들려오는 무지막지한 소리에 우리의 의지는 간데없이 사라집니다.  다음 코스는 천등산이라고
방금 빠져나온 인등산 보다 더 길답니다. 

전 말없이 전투조 동료를 쳐다봅니다.  그 동료로 저를 쳐다보는 눈빛에서 무엇을 이야기 하는지 알것 같앗습니다.
그래...  "우리 여기까지가 한계인것 같다.  지원조에겐 미안하지만  여기서 포기하자"
절 처량하게 쳐다보던 그 동료 말없이 고개만 끄덕입니다.

여기까지입니다.  아! 그리고 그 산에서 제가 본 여성은 분명히 없었다고 합니다.  지원조가 임도 출구에서
기다렸는데  개미 새끼 한마리 지나가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그럼 제가 본 것은 무엇일까요?

저도 궁금합니다. 

280 절대  호락호락 하지 않습니다.  거기다 비가 오는 악천후라면  저와 같이 생명을 담보하는 경우까지
겪을 수 있습니다.

올해는 틀리겠죠?  작년의 경험이 우릴 더욱 강하게 해 놓았으니까요....  하지만 자신하지는 않습니다.

자연!!!!  얼마나 강한 존재인지  작년에 몸소 체험했습니다.  올해는 준비 및 작전을 잘 짜서 기필코 완주의

기쁨을 맛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올해 양평랠리를 참가하시는 모든 라이더 분들의 행운과 건강한 280 랠리를

기원합니다.  그리고 매년 이런 좋은 자리를 마련해 주시는 관계자분들께 무안한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이상!  작년 제천랠리 실패한  산성 mtb 동호회  왕프로 였습니다.

에이텐 09-06-02 09:42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산을 많이 다니지만 늘 변수는 항상 함께 따라다니죠...  좋은 정보가 대회참가에 많은 도움이 될듯 합니다...  성공한 글보다는 실패했다는 글이 더욱  큰 도움이 될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부라보 09-06-03 12:34
 
글을 읽으면서 왠지 울컥합니다. 완주는 못했지만 정말로 자신과의 싸움을 하셨다는 생각이 드네요
비포장 09-06-04 05:33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저두 작년이 처녀출전이었는데 너무너무 힘들었습니다.포기할까하는 생각도 몇번이나 했었구.그렇게 어려웠는데도 포인트 지날때마다 넘어왔던 과정이 기억이 나질 안더라구요,아마도 앞으로닥칠 두려움 때문이었던거 같습니다. 쓰신글 100%공감이 가네요
올해에는 최선을 다해서 완주하시길 바랍니다..
산악잔차 09-06-09 22:30
 
인등산 참 이상한 산이다에서 너무 웃겼습니다^^
올해는 꼭 완주 하시길 빌어 드립니다...전 처녀 출전 입니다^^;
kyuan 09-06-16 17:37
 
자료 감사합니다. 올해는 꼭 완주하시길 바랍니다.
굴렁쇠 09-06-25 00:59
 
왕프로님 !
후기 글 당첨되서 잔차 한 대 선물 받으시는 거 축하드립니다.
작년에 같이 참가 해서 완주는 못 했지만
이번에는 꼭 완주 합시다.
작년이 얼음골 라이딩 이었다면 이번은 용광로 라이딩이 될 것 같습니다.
얼음골 라이딩을 대비해 비 옷 상하, 샤워 캡, 등 이 필요없을 지라도 가지고 가야지요
이번에는 토시상하, 썬그라스, 등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출발하는 날 뵙겠습니다.
산성!.
달빛소나타 09-07-23 08:24
 
천등산에서 포기하셨으니 다행입니다.만약에 삼봉산(대호지:대낮에 호랑이가 출현하던곳)이나 더지나서 백운산(5시간소요)및요부골싱글은 거의 악소리가 나지요^^

올 양평280랠리는 참으로 쉽고 초보 라이더들도 무난히 완주 할수 있는 코스였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