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0랠리를 마치고
집으로 복귀하는 길.. 다리 근육통이 상당히 심합니다. 그 만큼 근육을 사용했다는 증거이겠지요. 이전의 280랠리 때와는 좀 다른 느낌입니다. 한달 전에 울산 280랠리 코스 답사를 계획하고 내려와서 진행했답니다. 사자평 내려오는 길에서 끌바로 내려오다 미끄러져 왼쪽 8,9,10번 갈비뼈가 골절 되었답니다. 다음날 삼태봉과 천마산 싱글길을 답사하는데 상태가 많이 안 좋더라구요.. 그래서 답사를 포기했답니다. 한 달이 지나고 설레이는 마음을 안고 울산280랠리 출발선 상에 섰답니다. 저마다 랠리를 즐기는 방법이 다르겠지만. 나는 꾸준히 혼자서 독주하는 랠리를 즐기는 편이랍니다. 깊은 산속길을 리본과 GPS로 길를 찿으며.. 자기 자신의 페이스로 달리다보면 정말 즐겁답니다. 토요일 새벽 4시 출발합니다. 정체될 수 있다는 이야기에 비교적 앞에서 출발합니다. 간월재 업힐을 적당한 부하를 유지하며 올라갑니다. 앞에 몇 분 보이는 상태로 올라가 간월재에서 쉬지 않고 끌바를 시작합니다.  나존자님이 사진을 찍어주시며 몇마디 나누고 진행합니다. 굼디바이크, 동부MTB에서도 출사를 나오셔서 사진을 찍어주십니다. 어찌보면 지나가는 찰라의 순간을.. 두고두고 즐길 수 있게 해주시는 고마운 분들입니다.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사진을 본답니다. 신불산을 멜바로 넘고 계단을 타고 내려가자 체크해주시는 분이 있습니다. 10분전에 1명이 내려갔다고 합니다. 코스 길고 긴데.. 언젠가는 만나게 되겠지요.. 철구소 지나서 기나길 업힐 지나고.. 울퉁불퉁 돌많은 싱글같은 임도를 가는데.. 뒤타이어가 공기 압이 낮습니다. 펑크인가봅니다. 아마도 튜브리스액이 메울 것으로 생각합니다. 조금 가다가 co2를 써서 공기압을 체웁니다. 그런데 얼마 안가서 다시 주저 앉아버립니다. 뒤 주자를 한참을 기다려 펌프를 빌려 공기압을 보충하며 가보지만 근데 얼마 안가서 다시 빠져 버립니다. 끌바로 터덜터덜 걸어갑니다. 한참을 가니 선수 분들이 많이 옵니다. 옆동네 당진 이보형님이 지나가며 안부를 묻고 도와줍니다. 그리고 튜브리스 해체하고 튜브를 넣습니다. 40km지점에서 보급을 받습니다. 서산팀 팀원들이 속속 들어옵니다. 얼굴을 봐서 좋긴 하지만 그 만큼 제가 늦어졌다는 반증이라 씁쓸합니다. 오룡산 임도를 오릅니다. 이곳 산들은 상당히 높아 질리도록 업힐을 해야 합니다. 내리막에서 그동안을 보상하려는 듯 신나게 내리쏩니다. 갑자기 오른쪽 발목 위에 엄청난 통증을 느낍니다.. 앞바퀴에서 튀어 오른 커다란 돌이 오른쪽 발목 바로 위 정강이에 부딪친 겁니다. 부러진 거 같지는 않습니다만 이후 통증으로 끌바하며 걷는데 지장을 받습니다. 계곡따라 올라가는 싱글길 정말 예쁜긴한데.. 시간도 많이 걸리고 체력을 잡아먹습니다. 날도 덥고 진통제를 먹어서 인지 자꾸 갈증을 느낍니다. 내 물백의 물은 떨어지고.. 염치불구하고 같이 가는 마운틴님 물백의 물까지 먹습니다. 삼동보건진료소에서 지원을 받습니다. 반찬이 없어서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사 왔더라 구요. 잘 안 먹힙니다. 더운 날씨라서 물 종류만 들이키고 다시 출발합니다. 이제 문수산만 넘으면 태화강입니다. 가장 뜨거운 시간인 듯합니다. 더위에 맥을 못춥니다. 천천히 타고 올라갑니다. 정상에서 레드불을 줍니다. 프랭카드에 쓰고 싶은 글 쓰라고 하는데.. 만사가 귀찮습니다. 다시 끌바 내리막입니다. 철재계단을 내려가는데.. 다친 상처 때문에 내려가는 끌바가 무척이나 힘이 들고 아픕니다. 하지만 싱글길은 재미 있습니다. 울산은 싱글길 천국인거 같습니다. 태화강변을 따라서 동쪽으로 동쪽으로 달립니다. 바다에 가까워질수록 바람이 거세지고 시원한 바람이 붑니다. 마운틴님이랑 번갈아서 바람막이 해주며 염포삼거리에 도착합니다. 라이트 받기로 한 신흥사 입구까지는 25km 남았는데.. 오후 6시를 막 넘깁니다. 코스 계산을 잘못한 듯합니다. 울산울트라랠리 코스였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는 별루 험난해보이지 않았는데.. 이번엔 시간을 많이 잡아먹습니다. 날씨가 시원해져서 달리기 한결 수월해 졌습니다. 완전히 어둠이 깔리기 전에 라이트를 받기 위해 열심히 갑니다. 체크포인트가 나오고 체크하고 다시 달립니다. 내리막을 신나게 가는데.. 갑자기 뒤 타이어가 주저앉아버립니다. 다시 펑크.. 준비가 안되어 있어서 다시 뒤 주자를 기다립니다. 한참 후에 오신 분께 사정해서 튜브를 빌립니다. 갈아끼우고 co2를 사용하려는데.. 고장입니다. 마운틴님을 먼저 보내고 걷기 시작합니다. 한참 걸어가다가 만난 분께 펌프를 빌립니다. 이제 어둠이 깔립니다. 라이트 없이 진행합니다. 핸드폰 라이트에 의존해서 달립니다. 싱글길도 나옵니다. 불꺼놓고 글씨 쓰는 한석봉이 생각납니다. 어둠속을 달리고 달려 지원조를 만납니다. 라이트를 받고 삼태봉 싱글을 탑니다. 밤이라서 라이딩할 만합니다. 낮에 뜨거운 날씨를 생각해보니 뜨거워지기 완주하고 싶습니다. 재미있게 싱글길을 타고 내려갑니다. 내려서 끌면 아파서... 될 수 있음 타고 갑니다. 무사히 잘 내려 왔는데.. 맨 마지막 부분에서 넘어지고 맙니다. 눈옆이 찟어져서 피가 흐르는 걸 느낍니다. 한참을 꽉눌러서 지혈합니다. 얼굴을 다치니 의욕이 상당히 상실 됩니다. 하나하나 되집어 보게 됩니다. 갈비 골절.. 펑크.. 다리부상.. 펑크.. 눈옆 찢어짐.. 다음은 뭐가 기다릴지 괜시리 두려워집니다. 편의점에서 밴드를 사서 붙이고 다시 진행을 시작합니다. 아직은 체력적으로 충분하다고 느껴집니다. 더워지기 전에 끝내고 싶습니다. 도깨비에 홀린 듯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싱글길을 마치고 서사교에 도착 시간을 보니 새벽 2시 20분입니다. 지원조에 전화해보니 신흥사입구에서 못 움직인다고 합니다. 다른팀 지원조에 물만 얻고 진행합니다. 이제 마의 치술령을 향해 갑니다. 임도 업힐을 가는데 졸음이 밀려옵니다. 마운틴님한테 5분만 자고 가자고 하고 5분정도 잡니다. 다시 업힐을 오릅니다. 탈수 있는 모든 구간은 타고 올라갑니다. 이제 극악 무도한 멜바 업힐이 시작됩니다. 다친 다리 때문에 멜바가 무척이나 느리고 힘이 듭니다. 싱글길을 타고 내려오는데.. 잠깐의 알바가 기운을 빼놓습니다. 내려오는 도중에 여명이 밝아옵니다. 다 내려와서 아스팔트도로를 만납니다. 농가에서 물을 얻고 다시 출발합니다. 뒷바퀴에서 드르륵 거리는 소리가 거슬립니다. 마운틴님을 따라가는데.. 무척이나 힘이 듭니다. 지원을 받아야하는데..너무 이른 시간인 듯합니다. 슈퍼도 문을 안 열었습니다. 두동면 다리에서 남은 떡을 먹습니다. 뒷바퀴소리가 낮은 공기압 때문으로 판단하고 co2로 뒤 타이어 공기압을 채웁니다. 다시 출발입니다. 남은거리 60km 남은시간 11시간이상.. 충분합니다. 우리 앞으로 2~3명 정도 간듯하고. 근데 약간의 업힐에서 소리가 심해지며 따라갈 수가 없습니다. 다시 뒤를 유심히봅니다. 타이어가 우측 시트스테이에 닿습니다. 반대편을 보니 좌측 시트스테이가 부러져 있습니다. 언제 부터인지 명확하지는 않지만 삼태봉 싱글에서 전복되면서 찍혔고 계속 진행되다가 치술령에서 완전히 부러진 듯합니다. 마운틴님을 먼저 보내고 고민에 빠집니다. 뭔가가 계속해서 가로막는 느낌.. 끝까지 완주하고픈 생각.. 두동면 다리를 몇 번을 왔다 갔다 한참을 고민합니다. 다시 연화산을 오릅니다. 하지만 타이어에 저항이 걸려 타고 오르지는 못합니다. 끌바로 오릅니다. 한참을 오르다가 내가 또 다른 집착에 빠진 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듭니다. 남은 60km중 30km가 업힐 일 텐데.. 남은 10시간에 갈 수 있을까? 그렇게 완주해서 남은 건? 얻는 건? 뭐지? 한참을 업힐에서 다시 망설이며 있습니다. 그리고 포기하기로 마음 먹습니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뜨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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