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0랠리는 도전자에게 무엇을 느끼게 하였는가?
280랠리
MTB를 사랑하는 라이더에게는 누구나 알 수 있는 단어이다. 그러나 그 단어를 실천에 옮기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2년전 어느 날 어느 라이더 하는 말 280을 아느냐고, 그러나 난 280이 무엇인지 몰랐다. 그 시간 이후 인터넷을 뒤지며 그 단어의 핵심을 알게 되었다.
“280랠리는 누구나 도전할 수 있지만, 완주를 보장할 수 없는” 단어라는 사실을 그리고 人間의 苦痛을 승화하면서까지 극복해야만 완주할 수 있다는 사실과 함께......,
그리하여 난 준비하기 시작하였다. 언젠가는 꼭 무박무지원을 원칙으로 도전하겠다라고, 그러나 그것은 또 다른 도전을 의미하고 있다는 사실을 난 깨우치지 못하였다.
2009년 제10회 280랠리 홈페이지에 빠른 신청을 하였다. 이름 서학철, 닉네임 머루로, 그리고 280랠리에 맞는 훈련을 시작하였다. 먼저 출퇴근 시간을 이용해서 인터벌훈련을 하였으며, 장거리주로 몸 만들기를 시작하면서는 서울 신촌출발(집)~광탄~장흥~일영~구파발~신촌까지 약100여Km를 3회 연습하였고 더운 여름 날씨를 감안하여 한낮에 연습하였으며, 또한 비가 올 것을 대비하여 우중 라이딩도 연습하였다.
2009. 06. 27~28 양일간 280랠리를 도전하기 위해 배낭에 먹을 것과 랠리에 필요한 장비 등을 갖추고 양평 단월스포츠공원에 도착하였다. 공원 옆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저녘을 먹고 잠을 자기위해 개울가 옆에 돗자리를 깔고 누워 있으니 만감이 교차한다. 내가 과연 무박무지원으로 완주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과 함께 두려움이 나를 감싸고 있었다.........,
어느듯 04:00 출발시간이 다가왔다. 나도 완주를 기원하는 풍선을 하나 받아 날렸다. ‘부상없이 제한시간안에만 완주할 수 있게 해주십시요’ 라고 기원하며...........,
10. 9. 8. 7. 6. 5. 4. 3. 2. 1. 진행자의 무선 마이크에서 울려 퍼지는 카운트다운, 자욱한 새벽안개, 도전자들의 각자의 표정을 뒤로하고 배번 40번인 나는 첫번째 송전탑을 향하여 힘찬 페달을 시작하였다.
첫벗째 체크포인트에서 아침을 맞이하며 이름모를 식당 마당 멍석에 홀로 앉아 밥 한 그릇, 국한사발, 김치 메뉴에 8,000원짜리 아침을 맞이하는 순간 가슴이 울컷하며 짠 해온다. 초반부터 내가 왜 이럴까라는 생각에 밥이 먹히질 않는다.
상쾌한 아침 공기를 마시며 흥분된 마음으로 출발했던 280랠리가 아니었던가........,
내 몸에 있던 에너지는 끝이 없을 것 같았지만 어느 듯 125km 지점 정오를 맞이한 한낮의 더위는 나를 더더욱 힘들게 하고 있었다. 더위와 갈증, 무거운 가방 그리고 라이트, 예비 밧데리, 펌프, 튜브, 물통 등을 장착하여 약15kg에 육박하는 풀샥자전거의 무게 등 만감이 교차하고 있었다. ‘내가 왜 이 고생을 사서 하는 가’ 라고.........,
첫째 날인 27일 21:00경 양동지역인 D6지점(약180Km지점 도달)에서 업힐 중 갑자기 뒷드레일러가 위로 말려 올라가면서 행어는 엿가락처럼 휘어버렸고 기어변속을 할 수 없었다. 허탈한 마음에 땅바닥에 앉아 있으니 지나가는 라이더는 없고 초조함 마음만 앞을 가린다. 덜컥 낮에 잠시 함께 동행 했던 어느 라이더가 하던 말이 생각났다. ‘40번은 지금까지 영구결번이 안 되었으니 특별한 번호인 것 같다’라고, 나도 이래서 완주를 못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만이 나를 지배했다.
집에 전화해 ‘현국엄마 포기하고 가야겠어’라고 하니 대답은 간단했다. ‘왜요?’ 라고. 요놈의 잔차가 결정적인 순간에 망가졌어라고 말했지만 앞으로 진행할 일들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가 없었다. 약2km를 왔던 길로 되돌아 양동 굴다리 큰길 도로로 와서 고심하니 이 야밤에 오갈 곳도 없고 내 차는 출발지에 있으니, 어떻게든 완주해야겠다는 생각에 행어와 드레일러 제거하고 멀티툴로 체인을 잘라낼려고 하니 그 또한 먹지를 않는다. 주변 지원조 분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혹시 체인툴 가지고 계신분이 있는지요 라고, 어느 한 분이 가지고 있었다. 체인 잘라내고 앞3단 뒷5단으로 맞추니 모노기어 그대로다. 나머지 100여km구간은 힘겹게 완주할 수 밖에 없었다.
모노기어로 단수 맞추고 다시 출발하니 주변에 지원 왔던 분들이 우려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한참을 가다 단체로 출전한 만도자출사 8분을 만날 수 있었다. 무박으로 간다고 한다. 피해는 주지 않을 테니 갈 수 있는 곳 까지 동행하겠노라고 그리고 그들과 마지막 남은 구간을 함께하며 완주하였다. 남은 약100여km를 모노기어 상태로 힘겹게 완주한 나의 산 증인분들이다.
출발지에서 무사완주기원 풍선을 날리며 새벽안개를 뒤로하고 밤낮을 무박무지원으로 도전하였고, 출발지이며 종착지인 이곳 단월스포츠공원에 도착했을 땐 나를 반겨주는 이 아무도 없고 오직 280랠리 완주라는 사실만이 내 가슴속에서 반겨주고 있었다.
배고품, 더위, 갈증, 정신적 고통, 엉덩이는 짓물러 쓰리다 못해 피가 흐르는 육체적 고통, 외로움을 혼자서 달래며 먼 길을 뜨겁게 달구었던 내 몸은 배번40번을 영구결번시키고 31시간38분 완주기록증을 받는 순간 어느 듯 참았던 고통과 함께 가슴속에서 부터 그 무언가가 울컥 솟구쳐 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난 되물었다. ‘280랠리는 나에게 무엇을 느끼게 하였는가?’
280랠리는 누구나 도전할 수 있지만, 완주를 보장할 수 없다. 끝없는 도전정신만이 열정을 만들고 그 열정만이 완주할 수 있다 라고.......,
끝으로 이글을 통해 남은 100km를 함께 해주며 나를 위로해 주었던 이름 모를 만도자출사 8명의 횐님분들께 다시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진정한 운동은 진정한 모습에서만 만날 수 있었다고.......,
2009년 제10회 280랠리 출전배번 40번 서학철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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